케이블TV 위기?…스마트TV에 질 수 없다

일반입력 :2010/12/01 15:44    수정: 2010/12/01 15:50

정현정 기자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스마트TV는 분명 곤혹스러운 존재다.

기존 TV 시장에서는 네트워크, 단말기, 플랫폼, 콘텐츠 사업자가 각기 다른 영역을 지배했다. 하지만 스마트TV 생태계에서 어떤 사업자가 주도권을 잡을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방송계를 지배해 온 네트워크 사업자나, 방송플랫폼 사업자가 아닌 단말기 업체나 차세대 플랫폼 사업자가 스마트TV 생태계를 이끌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이런 스마트TV 전쟁에서 케이블TV에 대한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러한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케이블 업계의 몸부림도 거세다. 콘텐츠를 확보하고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는 등 기존에 케이블TV가 가지고 있는 영역을 지키면서, 사업 분야를 다각화해 스마트TV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케이블TV ‘위기’…사업구도 재편 ‘기회’

TV시청행태가 점차 능동적으로 바뀌고, 콘텐츠 소비도 개인화·맞춤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위성방송, IPTV에 이어 스마트TV 공세까지 뉴미디어 플랫폼 간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케이블TV의 지역 가입자 확보 방식의 마케팅은 한계에 이르렀고, 가입자 수도 정체다.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TV 콘텐츠 소비가 늘면 일반TV 시청시간이 축소돼 광고 수익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콘텐츠 기반이 약한 소규모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분명 위협요인이다.

하지만 독자적인 콘텐츠 수급 채널을 가지고 있는 대형 케이블 사업자에게는 인터넷, 모바일 등 N스크린 전략을 통해 사업분야를 다각화 시키는 촉매가 되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지난 7월 웹TV ‘티빙’을 출시해 60여 개 실시간 방송채널을 시청할 수 있게 한데 이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활성화에 맞춰 인터넷이 연결되는 모든 매체에서 간편하게 실시간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씨앤앰도 N스크린 전략의 일환으로 씨앤앰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스마트폰과 케이블TV의 연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규제완화와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과 경쟁력 확보도 가능하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키우려면 방송 산업 규제를 완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해 나오고 있다. 몸집을 키워 온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을 중심으로 사업구도가 재편될 수 있는 기회다.

■케이블TV도 ‘진화 중’…케이블의 스마트TV화

스마트TV가 몰고 온 움직임에 대처해 케이블TV도 변화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스스로 ‘스마트화’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HD채널을 증설해 화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양방향 데이터방송, VOD 상품 구조를 다양화하고, 개인형비디오녹화장치(PVR)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케이블TV도 스마트TV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유료방송 플랫폼도 VOD 서비스 모델을 가지고 있고, 기존 셋톱박스나 케이블 모뎀도 인터넷 접근성을 가지고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감상케하는 PVR과 프리미엄 HD 상품을 중심으로 디지털방송 품질 강화에 나섰다.

씨앤앰도 올해 HD프리미엄 PVR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기존 PVR서비스의 기능을 검토해 녹화 스케줄 조정 기능, 녹화물 제목 편집 기능 등을 추가하고, 검색 녹화 기능을 강화하는 등 사용자 측면에서 편리성을 확대해 오고 있다.

각 케이블 사는 생활 속에서 활용도가 높은 지역별 정보를 양방향 서비스로 제공해 지역밀착형 사업자로서 스킨십 강화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CJ헬로비전은 ‘TV 인터넷’, ‘우리동네’ 지역 정보 등 차별화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씨앤앰도 'TV노래방', '동화나라', '스타화보' 등 고급 양뱡향 데이터방송을 개발하고 부가 기능을 강화해서 유료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실시간 채널, 고품질 콘텐츠 ‘경쟁 우위’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가 보유한 최대 강점은 OTT(Over The Top : 인터넷 VOD 서비스)들이 극복하기 힘든 실시간 채널과 콘텐츠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모두 PP시장에 진출해 채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자적인 콘텐츠를 확보해 치열해지고 있는 플랫폼 시장 경쟁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이다.

CJ는 CJ미디어에 더해 채널 10개를 가지고 있는 온미디어를 인수했고, 티브로드는 채널 외에 티캐스트라는 PP사를 설립했다. 씨앤앰도 CU미디어를 인수해 복수종합유선·방송채널사용사업자(MSP) 대열에 합류했고, 현대HCN은 현대미디어를 설립해 채널을 런칭중이다. CMB도 TVB코리아채널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향후 케이블이 확보하고 있는 기반을 바탕으로 스마트TV 사업자들과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TV가 다른 TV플랫폼과 다른 점은 운영체제(OS)를 구현해, 독자적인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신만의 특화된 형태의 TV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에 협력 모델을 제안한 것처럼 OS를 기반으로 한 업체들과 케이블이 보유한 자산을 가지고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수급, 차세대 유통 모델 ‘숙제’

케이블TV는 디지털케이블TV 전환과 함께 통신사의 IPTV 서비스와 유사한 전략을 펴고 있지만 N스크린 전략에서 이동전화 서비스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티브로드가 계열사인 KCT를 통해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사업을 펼치는 것도 이런 한계를 인식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지속적인 콘텐츠 수급도 문제다. 지상파방송과 PP들은 기존 유료방송사업자(SO)와의 관계를 크게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스마트TV와 앱스토어 플랫폼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직접 제공하면서 윈도우를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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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실시간 재송신을 두고 벌어진 유료화 갈등은 물론이고, 향후 안정적인 VOD 서비스 제공을 위해 콘텐츠 제공업자들과 대가 산정을 위한 지속적인 협상을 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 콘텐츠 제작 확대를 통해 콘텐츠 품질 향상도 숙제로 지적된다.

N스크린 환경을 활용한 차세대 콘텐츠 유통 모델 확보도 관건이다. PVR을 통해 언제나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N스크린 전략을 통해 어디서나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